친구처럼 지내는 아빠와 아이,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엉뚱한 말과 장난이 나온다면? 아이의 예의 교육, 공감과 존중 사이의 균형을 알려드립니다.
🟨 “엉덩아~!”라고 부르며 웃는 아이, 당황한 아빠의 순간
지하철 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가 갑자기 큰소리로 “엉덩이~!”라고 외쳤을 때.
웃자고 한 말이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당황한 당신의 표정엔 ‘내가 뭘 잘못 키운 걸까’ 하는 순간적인 죄책감이 스쳤을 수도 있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며 웃고 떠들던 시간들 속에서 생긴 깊은 유대감. 하지만 이런 순간엔 문득, ‘예의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 하는 물음이 밀려옵니다.
걱정 마세요. 그런 감정이 든 건 당신이 이미 좋은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는 당신, 바로 그 마음이 시작점입니다.
🟨 친구 같은 아빠, 왜 아이가 더 편하게 느낄까?
🟩 아이와의 유대감을 키우는 대화법
아빠와 아이가 친구처럼 지내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애착 기반 상호작용’이라 부르며,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Kochanska et al., 2008).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잘 들어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내 감정은 소중하다”는 내면의 믿음이 자랍니다.
이런 대화는 간단해 보여도, 효과는 큽니다.
“오늘 어린이집 어땠어?”보다, “오늘 누구랑 놀 때 제일 즐거웠어?”처럼 감정 중심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러면 아이는 자기 경험을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 권위보다 ‘공감’으로 다가간 육아 방식
전통적인 아버지상은 ‘훈육자’, ‘규칙의 수호자’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아빠들은 공감과 소통을 우선하는 부모 역할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엄한 아빠’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권위는 ‘두려움’에서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공감으로 생기는 신뢰가 더 강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Baumrind, 1991).
즉, 아이가 장난을 치고 경계를 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에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건 같이 웃을 수 있는 장난이 아닐 수도 있어”라고 알려주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공감은 감정을 읽어주는 것, 권위는 그 감정 뒤에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해”라는 안전한 기준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 그러나 예의는 왜 필요한가?
🟩 ‘장난’과 ‘예의’의 차이를 배우는 시기
아이들이 자주 장난처럼 말하거나 행동하는 시기는, 바로 사회적 기준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이건 웃긴 거야?”, “이런 말 해도 되나?”라는 질문을 행동으로 시험해보는 거죠.
이때 중요한 건 즉각적인 반응보다, 반복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장난에도 아빠가 매번 다르게 반응하면 아이는 혼란을 느끼고, 결국 어떤 게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워합니다.
심리발달학자 Jean Piaget는 아이들이 규범과 규칙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반복적 체험’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예의는 단번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서서히 내면화되는 것입니다.
🟨 아이가 당황스러운 말을 할 때, 아빠의 대처법
🟩 “엉덩이~!” 대신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이들은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엉뚱한 말이나 장난스러운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이건 곧 “나도 웃길 수 있어!”라는 자존감의 표현이자, 사회적 소통을 배우는 일환이기도 하죠.
이럴 때 아빠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부끄러워하게 만들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단호하게 끊는 순간, 아이는 당황하고 위축됩니다.
대신, “그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어. 우리 웃긴 말 다른 걸 찾아볼까?”라고 유도해보세요.
이런 방식은 유머를 허용하되, 더 건강한 방향으로 리디렉션하는 방법입니다.
이와 관련한 연구에서도, 아이에게 부정적 행동을 제지할 때 ‘비난보다 안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Grusec & Goodnow, 1994).
🟩 장난을 받아주되 선은 긋는 방법
아이의 장난을 무조건 허용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제지하는 건 모두 지나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가 괜찮고, 어디서부터는 선을 넘는가?”를 아이가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스럽게 아빠를 이름으로 부른다거나 때로는 톡톡 치며 놀려고 할 때,
“아빠는 지금 이 말 들으니까 조금 당황스럽네. 우리 이럴 땐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이렇게 감정을 말해주고, 함께 대안을 찾는 대화가 아이의 예의 감각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회심리학자 Hoffman은 이런 과정을 ‘감정 중심 도덕교육’이라고 설명하며,
아이 스스로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Hoffman, 2000).
🟩 아빠의 반응이 아이의 기준이 된다
우리가 말로 아무리 “예의 바르게 행동하자”고 가르쳐도,
정작 아빠가 짜증 내거나, 조롱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면, 아이는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친구 같은 아빠일수록 아이는 아빠의 반응을 ‘놀이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아빠가 웃으면 “이건 해도 되는 거구나”,
아빠가 정색하면 “이건 하지 말아야 하는 거구나”로 해석하는 거죠.
그러니 ‘친근함’과 ‘기준’은 별개가 아닙니다.
친근할수록 기준은 더 섬세하게, 따뜻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 놀이 속에서 배우는 존중의 언어
🟩 역할놀이 활용한 예의 교육
놀이는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학습 도구입니다.
특히 ‘역할놀이’는 아이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시켜줍니다.
아빠가 “오늘은 너가 선생님, 나는 학생이야!”라고 하며 역할을 바꾸어보세요.
그리고 일부러 장난을 심하게 치며 “학생은 이런 말 써도 돼요?”라고 물으면,
아이 스스로 “안 돼요!”라고 기준을 세우게 됩니다.
이건 곧 내면화된 규범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 감정 이름 붙이기 놀이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은, ‘감정 이름 붙이기 놀이’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장난을 했을 때 아빠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지금 아빠 기분은 뭐게?”라고 묻는 겁니다.
아이가 “음... 민망?”이라고 답하면, 그 감정을 인정해주며
“맞아, 그 말 들으면 조금 민망해져. 우리 다음엔 좀 더 기분 좋은 말을 찾아볼까?”라고 자연스럽게 이끕니다.
이처럼 감정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절하는 연습은
감정지능(EQ)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Denham et al., 2003).
🟩 친구처럼, 그러나 존중 있게 놀기
“친구 같은 아빠”는 단지 같이 놀아주는 아빠가 아닙니다.
함께 웃고 떠들면서도, 언제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부드럽게 가르쳐주는 아빠가 진짜 친구 같은 아빠입니다.
“웃기려고 했던 말이지만, 아빠는 조금 놀랐어.”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장난이 뭘까 같이 생각해보자.”
이런 말은 아이의 감정을 지우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준을 심어주는 방식입니다.
🟨 그때 그 “엉덩아~!”의 순간, 이제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려볼까요?
사람 많은 곳에서 아이가 “엉덩아~!” 하고 외쳤을 때,
웃기지만 당황스러운 그 짧은 찰나에, 우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친구처럼 키우면 안 되는 걸까?”, “더 엄하게 가르쳐야 하나?”
그런데 이 글을 통해 천천히 따라오셨다면 이제 아실 겁니다.
아이의 말은 아이의 마음이고, 아빠의 반응은 아이의 기준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은 단호함이 아니라 따뜻함으로도 세울 수 있다는 것 말이죠.
친구 같은 아빠는 아이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그 자유가 ‘책임’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준은 분명히,
놀이는 자유롭게 하되, 존중은 지키는 방식으로.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
아이와 보내는 오늘 하루, 언젠가는 추억이 되고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그날의 “엉덩이~!”도, 오늘의 고민도 언젠가는 따뜻한 웃음이 될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의는 지적이 아닌 경험과 공감으로 길러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이미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훌륭한 아빠입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셨다는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하지요. 😊
🔖 참조문헌
- Kochanska, G., Aksan, N., Prisco, T. R., & Adams, E. E. (2008). Mother-child and father-child mutually responsive orientation in the first two years and children’s outcomes at preschool age: Mechanisms of influence. Developmental Psychology, 44(3), 812–829.
https://doi.org/10.1037/0012-1649.44.3.812 - Baumrind, D. (1991). The influence of parenting style on adolescent competence and substance use. The Journal of Early Adolescence, 11(1), 56–95.
https://doi.org/10.1177/0272431691111004 - Grusec, J. E., & Goodnow, J. J. (1994). Impact of parental discipline methods on the child’s internalization of values: A reconceptualization of current points of view. Developmental Psychology, 30(1), 4–19.
https://doi.org/10.1037/0012-1649.30.1.4 - Hoffman, M. L. (2000). Empathy and moral development: Implications for caring and jus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CBO9780511805851 - Denham, S. A., Blair, K. A., DeMulder, E., Levitas, J., Sawyer, K., Auerbach–Major, S., & Queenan, P. (2003). Preschool emotional competence: Pathway to social competence?. Child Development, 74(1), 238–256.
https://doi.org/10.1111/1467-8624.0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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